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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칼럼-14]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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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칼럼-14]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 길민권 기자
  • 승인 2019.07.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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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부산을 블록체인 특구로 최종 승인
부산, 디지털 바우처와 같은 지역화폐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 롤 모델 기대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 장면. 스틸컷.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 장면. 스틸컷.

15세 공주 마리 앙투와네트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와 약혼하면서 베르사이유 궁전에 들어간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암탉’이라는 미움과 질시를 받으며 온갖 스캔들을 양산해 나간다. 정략적 결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뿌리 깊은 갈등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혈통을 지닌 왕비에게 파리의 여론은 늘 부정적이다. 결국 대혁명 시기에 프랑스 왕실은 부패와 타락의 산실로 낙인 되고 그 중심지에 마리 앙투와네트를 사치와 방탕의 상징으로 몰아간다.

2007년 개봉한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에서 “그럼 케이크를 먹게 하지(Let them eat cake)“라는 대사는 굶주린 노동자의 증오와 격앙을 불러오고 마침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음에도 대중은 사악한 혐오감으로 포장해 버린다. 장자크 루소의 참회록에도 그런 기록이 없으며 왜곡된 표현이라고 전하고 있다. 앙트와네트는 오히려 친정의 정치개입을 막아내고 검소함과 동정심 가득한 평범하고 귀품 있는 여왕이었다. 당시에 뒤집어 씌운 다이아몬드 사기, 간첩혐의, 전쟁유발, 부패 혐의는 조사결과 무죄가 선고되었다. 혁명 시절 악의적 가십성 기사와 악성 댓글에 분노한 세력들에 의해 결국 왕과 왕비는 악성 루머의 희생양이 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는 남프랑스 해안 ‘코트 다쥐르(Cote d'Azur)’이다. 별장과 요트, 카지노 그리고 코발트블루 풍광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해안 중심에 위치한 휴양도시 앙티브(Antibes)에서는 7월마다 세계 일류 아티스트가 속속 모여드는 월드 페스티벌이 열린다. 로마네 콩티가 생산되는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Bourgogne)에서도 같은 기간 바로크 음악제와 오페라 콘서트 열기가 무르익는다.

그리고 고급 별장과 숲속 화려한 중세 궁전이 숨 쉬는 파리 북부 샹티이(Chantilly)에서는 세계 각국 종마들의 경연장인 경마가 한창이다. 샹티이는 사실상 프랑스 경마의 본고장이다, 1834년에 개장한 경마장에는 대규모 박물관과 훈련 캠프를 갖추고 있다. 혈통 좋은 명마를 길러내는 최적의 장소이다. 또한 프랑스의 식량창고이자 생크림의 고향이기도 하다. 샹티이 성(Chateau de Chantilly)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 시절 격변기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필리프(Louis Philippe)는 태어날 때부터 공작 작위를 손에 움켜쥔 은수저였다. 서열이 가장 높은 공작에다 왕위 계승권을 품은 오를레앙 가문이지만 왕실의 견제와 권력으로부터 끊임없는 배척을 당한다. 하지만 대혁명 시절 권력을 버리고 스스로 평민 신분으로 낮추고 궁전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아버지를 대신해 오를레앙 공작 작위와 봉토를 물려받은 루이 필리프는 20년 넘게 영국 망명생활과 비정규직으로 삶을 이어간다. 또다시 왕정체제로 복귀한 프랑스의 루이 18세 시절 고국에 돌아온 루이 필리프는 왕정을 지지하는 귀족세력인 왕당파와 거리를 두었다. 또한 노동자와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공화파에도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 오를레앙 가문은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를 선호하고 이를 지지하는 부르지아지 계층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결국 상층 부르지아지는 7월 혁명을 주도하여 샤를 10세를 왕위에서 추방하고 루이 필리프가 왕에 즉위한다. 그러나 급격하게 불어 닥친 산업혁명은 그를 독재자와 폭군으로 만들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은 불공평한 임금과 최악의 생존 환경에 직면한 반면 상층 부르주아지를 벼락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루이 필리프는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면서 상층 부르주아지에게만 혜택을 주었다. 하층하게는 기본적인 권리와 평등 그리고 표현의 자유까지 막아버렸다. 급기야 하층과 노동자들에게 쌓였던 불만은 2월 혁명으로 터져 나왔다. 1848년 루이 필리프는 왕위에서 쫓겨나면서 라스트 킹이라는 자막과 함께 사라진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이자 유럽 최고의 상속자는 그동안 수집한 고문서, 미술, 보석, 가구, 전리품을 샹티이 성안에 방대한 컬렉션으로 남겨 두었다. 샹티이 성은 마리 앙투와네트가 베르사이유 궁에도 모방하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아름다운 건축물이자 프랑스 격변기의 상흔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지난 7월18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샹티이에서 진행되었다. 의장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IT 공룡기업들에게 “디지털세” 부과 원칙 합의를 공식화 하였다. 다국적 기업이 벌어들이는 온라인 영업 수익과 매출에 대해 국제적 합의에 따라 과세한다는 의미다. 당장 프랑스는 내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한다. 미국의 IT기업들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세금 부과로 트럼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궁금하다. 또한 이번 샹티이 회의에서는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Libra)에게 집중 타격을 가했다. 주요국 정부는 리브라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장국인 프랑스의 부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가상화폐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통화와 같은 역할을 하려는 어떠한 가상화폐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독일의 재무장관도 리브라에 대한 신속한 법적 대응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8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술혁신은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이익을 줄 것이며 암호화폐는 세계 금융안정에 위협이 안된다고 전제했다. G20 오사카 정상회의와 G7 샹티이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암호자산에 대한 입장에 대한 온도차가 뚜렷하다. 특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고 암호자산을 인정하기 시작한 G20 공동선언문과 달리 샹티이 G7에서는 어떠한 암호화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상반된 반응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구인 IMF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중앙은행의 20%가 디지털통화(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G20에서는 FATF의 권고안과 IMF 보고서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 왜 G7에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일까. G7은 1차 오일쇼크 대책 마련을 위해 모인 주요국 정상회의이다. 의장국인 프랑스 외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과 미국, 캐나다, 일본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 주요 정치외교와 경제정책 협의가 주요 의제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유럽의 디지털세 부과와 페이스북 가상화폐에 대한 화살은 당연하다고 본다. 최근 트럼프도 SNS를 통해 “가상화폐를 지지하지 않는다. 달러는 세계 최고의 통화다”라고 개인적 견해와 정치적 해석을 트윗으로 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파월 의장도 금융 안정성, 소비자 보호 그리고 자금세탁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종합해보면 G7, G20, Fed 그리고 트럼프의 공통점은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우려와 규제 강화이다. 물론 탈중앙화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기거래와 마약 밀매, 범죄수익 은닉과 익명성을 이용한 다단계 코인세탁은 현실적인 문제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트코인이 세상에 출현한지 10년 전부터 불거진 이슈이다. 그동안 주요국 정부와 규제당국의 소극적 방어체계에서 적극적 규제 칼날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은 시대 흐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소비자 보호와 신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사법기관이 나서서 시장을 감시하고 불법을 조장하는 플레이어들을 처벌해야 한다. 물론 기축통화 기반의 G7의 공조체제와 금융규제로 비트코인 시스템과 알트코인 시장을 한 번에 사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충격과 효과가 지나면 더 많은 음성적인 가상화폐와 지하경제를 부풀릴 뿐이다. 이제 장벽 쌓기와 뒷북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여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안정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기존의 금융지형을 변혁하고 새로운 화폐로서의 보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현실세계의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 조달은 가상화폐가 우선이 아니다. 과거에도 현재도 대부분의 돈세탁은 법정화폐로 이루어진다. 부패한 공직자, 기업의 비자금, 권력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세탁한 자금을 빼돌린 해외자금은 천문학적이다. 개발도상국이나 독재정권의 자본도피와 탈세는 결국 국민들이 누려야 할 복지와 생존권을 침탈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들의 법망을 피하는 탈세는 자금세탁과 무엇이 다른가. 케이먼 군도, 버뮤다,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 지역에 국내 대기업들이 설립한 역외금융회사에 송금한 누적액은 2020년 정부예산 500조원을 훨씬 뛰어 넘는다. 합법적 조세회피와 불법적 탈세 모두 자금세탁의 일부라고 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BC)주에 약 50억 캐나다달러에 해당하는 불법자금이 유입되어 경마장, 카지노, 자동차를 통해 돈세탁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튀르도 캐나다 총리는 향후 5년간 자금세탁 중개자와 불법자금 형성, 부동산 거래 등을 집중 감시하는 법안을 제안할 정도이다.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경마장, 카지노, 로또는 대표적인 자금세탁 핫 플레이스이다. 경기 불황 시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의 대박 심리는 오히려 높아진다. 이러한 기대심리는 사행성 짙은 럭 비즈니스(Luck Business) 산업으로 향한다. 대표적인 럭 비즈니스 중 하나가 경마장이다. 세계적인 경마장이 위치한 샹티이에서 가상화폐의 불법성만 우려하고 기축통화를 보존하려는 G7의 선언문은 말 잃고 마굿간 고치는 격이다.

중세 프랑스 마지막 왕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다 몰락한 사례는 새겨볼 만하다. 미래의 암호화폐는 실물경제의 디지털 통화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금과 원유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전자적 화폐로서의 대체 기능은 무한하다. 가상화폐를 포함한 모든 암호자산은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기본적인 규제나 가이드라인만 마련해줘도 자금세탁은 설 자리가 없는 암호자산이다. 앞으로 5년 후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에게 또다시 토큰 이코노미 마켓과 블록체인 금융 플랫폼을 내주기전에 우리의 규제혁신과 자유특구 실험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7월24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부산을 블록체인 특구로 최종 승인한다고 밝혔다. 부산은 디지털 바우처와 같은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적인 롤 모델이 되도록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부산시 공무원과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부산은행 그리고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협업이 조화롭게 앙상블 되어야 한다. 세계 어느 크립토밸리 보다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 날개를 펴고 미래의 주역들이 새상에 없던 산업과 일자리를 키워 나가야 한다. 앙티브, 부르고뉴, 샹티이처럼 세계 각국의 기업과 인재들이 속속 모여드는 국제적인 부산 크립토밸리 페스티벌을 기대해본다. 1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마지막 왕이라는 오명을 남긴 샹티이에서 또다시 기득권을 위한 규제논의가 이루어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미래를 꿰뚫는 눈이 있어야 바람이 어디서 불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김정혁 금융•보안전문 칼럼리스트
김정혁 금융•보안전문 칼럼리스트

※필자. 김정혁 금융·보안전문 칼럼리스트

△서울사이버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블록체인전문위원 △링카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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