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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오현 양제민 변호사, 수사기관의 디지털포렌식, 무기평등의 원칙을 훼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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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오현 양제민 변호사, 수사기관의 디지털포렌식, 무기평등의 원칙을 훼손하는가
  • 우진영 기자
  • 승인 2019.10.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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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양제민 변호사(법무법인 오현)

형사절차의 주요 원리 중 하나로 무기평등(또는 무기대등)이라고 불리는 원칙이 있다. 죄를 밝히려는 수사기관과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의자(피고인)가 동등한 지위에서 다투어 죄의 유무에 대한 판단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형사소송법이 검사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피의자(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무기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수사기관이 막강한 수사력을 지니게 되면서 사실상 무기평등의 원칙이 무너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과거 혐의자의 지문이나 DNA를 감식하던 시대의 정보는 혐의자가 특정 장소에 있었는지, 특정 물건과의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스마트폰, PC, 테블릿PC 등 디지털기기를 부검하듯이 들여다보는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이 과학수사 기법으로서 널리 행해지면서 수사기관이 획득하는 정보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월등해 졌다는 것이다.

양제민 변호사(법무법인 오현)는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PC를 곁에 두고 생활하는 만큼,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이를 들여다본다면 누군가의 일상을 통째로 확인하게 되는 셈”이라고 하면서 “수사 과정에서는 보통 수사기관만이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확인하게 되고, 피의자는 피고인이 된 후 즉, 형사재판 과정에서야 비로소 증거기록의 일부로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결과 중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찾아 수사기관의 주장에 반박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그나마 최근 행정법원은 ‘고소인이 검찰항고 기각 후 검찰에 대해 자신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한 청구를 인용하였는데(2019구합61557), 비록 위 판결이 피의자의 청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형사재판 과정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과학수사의 발전이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무기평등 역시 훼손되어서는 아니 되는 중요한 원칙이라 할 것인 바,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피의자에게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한지, 타당하다면 어느 절차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공개를 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