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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코 베이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투자사기, 해결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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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코 베이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투자사기, 해결 방안은?
  • 홍채희 기자
  • 승인 2018.10.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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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명경(서울) 김재윤 대표변호사

권용훈(가명)씨는 최근 생업을 뒤로하고 어깨에 띠를 두른 여러 사람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까지 가두행진에 나섰다. 왼쪽 어깨에 두른 띠에는 ‘OO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 OOO대표 구속 수사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모 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대책위원회로, 다단계 사기분양을 벌여 150억여원을 편취한 시행사 대표의 구속 수사와 무허가 유령조합의 설립을 허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요구했다.

위원회 주장에 따르면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 대표가 무인가 조합을 만들어 주택조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무주택 서민들을 표적 삼아 다단계 사기분양을 자행했다. 이로 인해 피해 입은 가구는 약 260세대로, 피해액만 100억원대에 달했다.

몇 해 전에도 조합장의 횡령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무산된 모 지역주택조합원들이 시공사의 책임을 물으며 거리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처럼 집이 없는 서민들을 모아 조합을 꾸린 뒤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조합원 분양·투자사기 등과 같은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법적 공방도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아파트 공동구매’라 불리는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꾸려 토지를 사들이고 시공사를 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쉽게 말해 조합이 시행사에 이름을 올리고, 시공사와 협력하는 식이다. 토지비, 건축비 등을 조합원 분담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단순히 ‘저렴하다’는 광고 문구에 현혹돼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려는 섣부른 결정은 금물이다. 지역주택조합의 개념이나 절차, 가입조건 등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부지확보현황, 조합 탈퇴조건, 계약서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분쟁을 전담하는 법무법인 명경(서울)의 김재윤 대표변호사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허위과장광고를 벌이는 등 헐거운 법망을 이용해 농간을 벌이는 사례가 많다”며 “지난해 주택조합 관련 주택법이 개정됐지만 조합원을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 여전한 것을 보면 개정된 주택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이후에도 사업이 지연되거나 땅값 상승 등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고, 조합원 지위 유지나 탈퇴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점을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전이나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한 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재윤 변호사는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투자금을 몽땅 날리거나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는 등 조합원의 피해사례는 다양하다”면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이 모두 부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조합원 탈퇴와 계약금 환불이 쉽지 않고, 해약할 때 재산상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피해를 입은 경우 소송을 통해 조합에서 탈퇴하거나 조합비 등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만약 조합 측이 조합원을 기만하는 등 법규범을 위반한 사실이 확실하다면 승소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