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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포기와 한정승인 빚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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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포기와 한정승인 빚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2.12.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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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에이앤랩 박현식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박현식 변호사

상속이라고 하면 핑크빛 미래를 떠올리기 쉬우나, 현실은 예상치 못한 채무를 발견하고 법적 도움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상속이 개시된 이후 빠르게 확인하면 대응을 서두를 수 있으나, 그 시기마저 놓친다면 그대로 막대한 빚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며, 일신전속권 (생전 입양의 취소, 친생자의 사후 부인, 유언 철회 등)을 제외한 재산에 관한 일체의 권리가 승계되는 것을 뜻한다. 이때, 상속되는 재산에는 부동산, 보험, 주식, 현금 등의 적극 재산도 있지만, 카드빚이나 대출과 같은 소극 재산인 채무도 포함된다.

따라서 우선 가족이 사망하는 경우, 막연히 재산이 있겠지 혹은 없을 것이다라고 추측하기 보다는 동사무소 등에 방문하여 상속인 재산조회 서비스를 신속하게 받는 것이 상속인이 가장 먼저 취해야할 절차 중 하나이다.

이 채무가 적극재산보다 많을 때 상속 여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는데,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에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있다. 상속포기는 단어 그대로 상속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는 물론 적극재산도 물려받을 수 없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선순위의 상속권자가 상속포기를 하면 후순위의 상속권자에게 모든 재산과 채무가 승계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와 손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부모가 사망하여 선순위 상속인인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후순위 상속인인 손자녀가 모든 채무를 승계 받는 것이다.

또한 사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갑자기 상속을 받아 채무를 갚으라는 통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빚을 떠안지 않기 위해 한 선택이 도리어 나의 자식에게 큰 짐이 될 수 있는 만큼, 상속포기를 하기 전에는 후순위 상속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속포기도 엄연한 법적 절차인 만큼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가정법원에 신고해야만 한다. 신고 이후 법원으로부터 결정문을 받으면 절차가 종료되기에 비교적 쉽게 진행이 가능하다.

이때, 간혹 살아생전 상속포기각서를 작성하였다며 그 효력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에 개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미리 상속포기는 할 수 없어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상속포기를 할 수는 없으나 막대한 채무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정승인’이다. 본 제도는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에 관한 변제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서, 일정한 조건 하에 한정적으로 승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정승인은 한정적이어도 결국 ‘승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상속포기와 달리 후순위 상속인에게 승계가 진행되지 않는다. 또한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인 만큼 그 범위를 초과하는 채무에 대해서는 변제할 필요성이 없으며, 사실상 소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정승인도 상속포기와 동일하게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관할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하는데, 구체적 절차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결정문만 받으면 종료되는 상속포기와 달리 한정승인은 남은 채무를 청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상속채권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을 한 사실을 알려야 하는 등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기산점이 되는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 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 본인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뜻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되는데, 최근 관련 법이 개정되어 이제는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이후에 스스로 한정승인이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즉, 상속이 개시된 당시에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 단순승인을 하였어도 이후 성년에 도달하면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이른바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법’으로 미성년자 상속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만약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 시기를 놓쳤으니 어떤 이유가 있던 무조건 단순승인을 하여 채무를 부담해야 할까?

이럴 땐 ‘특별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특별한정승인은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이내에 알지 못하여 단순승인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진행할 수 있다.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했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상속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순히 신청 시기를 놓쳐 단순승인이 된 것이라면 특별한정승인도 불가능하여 더 이상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 따라서 상속채무를 파악했다면 우선 법률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서두르는 것이 안전하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상속인이 조금의 주의만 기울였더라도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면 상속을 승인하거나 포기하기 이전에 상속재산에 관하여 조사를 하는 등 최소한의 행동을 했는가가 주요한 쟁점이 되는 것이다. 만약 같이 사는 가족임에도 사망 이후 재산확인 절차 등을 하지 아니하고 상속포기 기간이 도과하였다면 그 경우에는 다투기 어려울 수 있다.

해당 부분을 법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특별한정승인이라는 마지막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만큼,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법에서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상속포기 및 한정승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재직하며 고액 자산가들의 상속 업무를 담당했던 법무법인의 박현식 대표 변호사는 “법 제도 및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여 기간 내에 신청하지 못하면 그대로 막대한 빚을 떠안을 수 있는 만큼, 피상속인이 사망하였다면 상속 재산은 물론이고 채무도 빠짐없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정승인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인용을 받은 이후 곧바로 자산을 처분하여 감소시키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이 소를 제기하여 상속한정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처음에 확실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