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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칼럼-18] 코로나19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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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칼럼-18] 코로나19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
  • 길민권 기자
  • 승인 2020.02.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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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기'의 한 장면.
영화 '감기'의 한 장면.

“엄마, 미안해요. 숨을 쉴 수 없어요 ...”

베트남 26세 여성 팜티트라마이는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다.

2019년 10월 영국 에식스에서 그녀와 함께 컨테이너에 갇혀 39명이 사망한다. 세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급속 냉각한 컨테이너는 얼어붙은 냉동창고가 되었다. 영국에서 트럭에 적재해 운전한 기사, 벨기에 제브뤼헤 항구에서 선적한 작업자, 북아일랜드에서 인신매매를 알선해준 조직원, 베트남 밀입국 범죄조직 등 용의자들은 체포되지만 가족들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다.

그녀는 영국으로 가는 조건으로 밀입국 알선자에게 3만 파운드를 지불했다. 고향에서 20년 넘게 벌어들일 월급을 고금리 대출을 통해 일시불로 죽음의 컨테이너와 맞바꾼 것이다. 베트남의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불평등과 젊은층의 잉여 노동력은 늘어만 간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기회가 없어 칠흑같이 어두운 철강박스에 몸을 맡긴다. 최근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이를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조직도 확장되고 있다.

이보다 20년 전 영국 도버항에서 세관 검사하던 트럭에서 58구의 중국인 시신이 발견되었다. 사망한 중국인은 푸젠성 출신인 젊은이들이었다. 무더위와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한 트럭은 냉장장치도 작동하지 않았고 통풍구도 닫혀 있었다. 중국에서 1인당 2만파운드를 내고 동유럽을 거쳐 남유럽과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였다. 이 트럭은 하루 전 벨기에 제브뤼헤 항구에서 선박으로 적재되어 온 것이다. 트럭에서 컨테이너로 바뀌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밀입국 경로는 변한 게 없었다. 당시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은 반인륜적 사고로 치부하였다. 프랑스는 밀입국과 연계된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영국은 유럽국가의 자국 이기주의가 불러온 참사라고 비판하였다.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의 목숨을 건 뱃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밀입국자와 난민들의 전복사고로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 전쟁과 내전에 휩싸인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망자 보다 가난과 질병, 박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조난자들의 죽음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억압과 살상으로 인한 탈출 행렬은 리비아를 향하고 있다. 리비아에서 출항하는 유럽행 난민선박은 어떠한 구조장비도 보안대책도 없이 돈벌이와 인신매매 거래에 의해 닻을 올릴 뿐이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세워지는 트럼프 장벽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까지 예산을 투입중이다. 전임 부시 대통령이 구축한 울타리를 안면인식, GPS, 레이더, 드론, 관제시스템과 연계하는 첨단 만리장성 방화벽이다. 미국 입국이 거부당한 남미의 이민자와 난민은 거대한 장벽 앞에서 임시 텐트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열악하고 오염된 환경에 직면한 아메리칸 드림은 질병과 전염병으로 악몽이 되어가고 있다. 불법 이민자가 줄어 이민정책이 성공적이라는 트럼트 장벽은 공동체 삶과 대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또 하나의 질병이다.

지중해에서 배가 난파되어 터키 해변으로 떠내려 온 시리아의 세 살배기 알란쿠르디와 라오그란데 강을 건너다 아빠의 목을 감은 채 눈을 감은 두 살난 엘살바도르의 발레리아는 잔인한 패권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선박과 트럭으로 운송되는 컨테이너에 사람이 들어가면 호흡기질환과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 도사리는 게 당연하다.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벌어 가족에게 송금하는 게 꿈일 것이다. 난민도 불법체류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지구촌은 합법적인 이민보다 불법적인 밀입국과 체류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자국민만의 안위를 위한 담벼락은 절망과 분노로 얼룩진 환경을 만들어 국경마저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통제하지 못하는 컨테이너 피플, 그들의 인도적 체류와 깨끗한 환경 제공도 항바이러스의 일부이다. 국제기구와 공익재단의 구호의 손길이 절실하다.

요즘 컨테이너는 부산항과 평택항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시골과 도심 곳곳에서 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커피숍, 레스토랑의 구조물과 이동형 주택과 데이터센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트럭에 실은 화물을 선박에 그대로 옮겨 싣는 방법을 찾다 만들어 낸 것이 컨테이너이다. 1956년 미국의 사업가 말콤 맥린은 화물선과 트럭 규격에 표준화한 직사각형 철제박스를 컨테이너(Container)라고 명명한다. 컨테이너 부두가 건설되고 유럽, 아시아에 컨테이너 화물 운송이 이루어지면서 세계 경제사를 발전시키는 혁신적인 발명품으로 부상한다.

컨테이너의 등장은 세계 물류와 해운 역사를 바꾸고 운송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끌어왔다.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컨테이너에 화물 대신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사람을 싣는 것은 죄악이다. 금전적 이득을 위한 불법거래로 컨테이너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고귀한 생명과 위험한 컨테이너의 티켓을 맞바꾸는 순간 환불도 반품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람을 위한 컨테이너는 애초에 없다. 밀입국자와 불법 체류자를 위한 나라도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죽음보다 참혹한 삶의 터전을 탈출한 난민에게 따뜻한 온정과 더불어 삶을 공유할 또 다른 공간은 필요하다.

영화 '감기'의 한 장면.
영화 '감기'의 한 장면.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The Flu)’는 코리안 드림을 쫓는 동남아 밀입국자를 태운 컨테이너가 열리면서 시작된다. 치사율이 강한 죽음의 바이러스는 도심 전체를 순식간에 감염시킨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갈등은 결국 시민들의 불안과 격리된 지역의 폭동으로 치닫는다. 살아남기 위해 폐쇄된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진압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군 발포 명령이 떨어진다. 미군 전투기의 폭격까지 승인되지만 가까스로 항체 보유자를 찾아내 백신이 개발되면서 재난은 정지된다.

신종 코로나19 감염증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전세기로 귀국해 격리 수용된 우한교민들이 퇴소한다.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도 굳은 날씨에 손을 흔들어주고 응원해주었다. 불안했던 우한 교민들은 배려와 온정으로 안정을 찾고 가족의 품으로 향했다. 그들의 감사 쪽지에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표하였다.

위기관리강국 중국은 통제와 은폐로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시진핑은 전염병과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전력하기 보다는 전쟁에서의 사상자는 감수하더라도 인내와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승전과 패전을 가르는 전시상황이 아닌 실상을 공개하고 죽어가는 국민들을 치료해줘야 하는 응급상황이다.

재난관리강국 일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감염자와 오리무중 감염경로로 악화일로이다. 지진과 화산, 태풍, 쓰나미 등 온갖 재난들을 차분한 대응과 복구매뉴얼로 이겨냈지만 질병 대응은 투명하지도 신속하지도 않았다. 검사할 인력도 장비도 시스템도 컨트롤타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국내 스캔들 무마와 올림픽 외교가 중요한 아베는 다이아몬드 크루즈를 난파선 보트피플로 전락시켰다. 현금 사용 비중이 세계 최고인 일본은 확진자의 동선파악이 쉽지 않다.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 특수 환경을 고려한다면 아베 정부의 대응은 자만심의 극치이다. 전범국가의 후손을 과시하는 아베는 경제침탈 야욕도 우익정권 연장도 망망대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인 입국을 막아야 하는 비상상황도 우리의 대응 시나리오에 포함되어야 한다.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인류 미래의 건강과 행복을 좌우할 과제이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스마트폰,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숙주로 인간에게 전염되는 변종 바이러스로 전염될 수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만들어지고 전파되어야 백신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도 빅데이터 기반의 보안기술과 항바이러스가 결합되어야 차단할 수 있다.

우한의 교민들은 전세기 탑승 순서를 자율적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임산부와 노약자, 어린이들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격리수용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을 서로 공유하였다. 언제 끝날지 모를 신종코로나 대응이 아직도 불안하지만 서로를 믿고 배려하고 응원하는 성숙한 우리의 DNA가 최고의 백신이 아닐까 싶다. 영화적인 요소이지만 감기(The Flu)에서 주요 캐릭터들의 대사는 다시 소환해도 먹먹해진다.

“국민 여러분, 저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Those people, they are my people”

김정혁 온더블록 대표
김정혁 온더블록 대표

※필자. 김정혁. △금융보안컬럼니스트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온더블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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