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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은 흉기가 아니다?’ 박수준 울산변호사 “특수폭행 논쟁 시 흉기 인정 여부 필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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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은 흉기가 아니다?’ 박수준 울산변호사 “특수폭행 논쟁 시 흉기 인정 여부 필요치 않아”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0.01.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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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생이 들고 다니는 두꺼운 법전에 맞아 기절했는데, 경찰이 판례상 책은 흉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법대생과 싸우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게시글이다. 이는 법학 전공자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밈(memeㆍ인터넷 놀이문화)' 중 하나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실처럼 알려졌다.

자칫 무게 2kg 이상, 800~1,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타인의 머리를 내려쳐도 책은 흉기가 아니므로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폭행죄와 특수폭행에 대한 법률적 개념이 확실치 않기 때문으로 인터넷 유머를 법적 해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울산 삼산종합법률사무소의 박수준 변호사는 “우리 법은 본래 사람의 살상을 목적으로 제작된 기구 또는 용법상 사람의 살상에 이용될 수 있는 물건을 ‘흉기’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지식을 기록하고, 읽기 위해 만들어진 책은 본질적으로 흉기라 말할 수 없다”며 “법전으로 타인을 내려지는 행위는 폭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성립하는 범죄를 폭행죄라고 한다. 폭행이란 단어를 보면 일반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직접 구타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신체에 물리적인 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의도와 목적, 피해자에게 입힌 고통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폭행죄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사람은 형법 260조 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다만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논할 수 없다. 

그러나 두꺼운 책으로 사람을 내려쳐 기절에 이르게 만들거나 중대한 상처를 입게 했다면 이는 특수폭행으로 인정돼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특수폭행이란 다중 또는 단체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성이 단순 폭행보다 크기 때문에 법정형 역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이때 주요 쟁점이 되는 것은 위험한 물건에 대한 법적 해석이다. 흔히 칼이나 망치, 총과 같은 흉기만을 위험한 물건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수병이나 컵도 그 재질이나 사용방법에 따라 충분히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다. 고기 굽는 석쇠를 상대방에게 집어 던진 50대 남성에게 재판부가 특수폭행 혐의를 인정하여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박 변호사는 “사건 당시의 상황과 사용 목적에 따라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법에서 위험한 물건은 상식적 의미의 흉기보다 광의적으로 해석되는 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특수폭행 성립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법원은 폭력행위 처벌에 관해 개별 사건에서 해당 물건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 어떤 재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느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등을 고려한다. 특수폭행죄로 처벌받으면 형사 처벌과 더불어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안게 될 수 있으므로 당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편, 울산에서 다년간 형사사건을 수임해온 삼산종합법률사무소 박수준 변호사는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한변호사협회의 형사전문변호사로 등재됐다. 박 변호사는 “특수폭행은 초범이라 해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긴밀한 초동대응을 통해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