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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ISA 2015년 인사 논란…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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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ISA 2015년 인사 논란…무엇이 문제였나
  • 길민권
  • 승인 2014.12.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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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업무 연계성 없이 결정된 인사…KISA 직원 동요 심각한 수준
한국인터넷진흥원(원장 백기승, 이하 KISA)은 2015년 1월 1일자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12월 29일 밤 10시 경 공고된 인사 결과를 확인한 KISA 직원 상당수는 이번 인사가 원칙과 전문성, 업무 연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며 내부 반발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인사철에 흔히 발생하는 몇몇 직원들의 인사불만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번 KISA 인사문제가 불거진 원인을 따지자면, 직원들의 업무 전문성과 업무 연계성, 업무 만족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사를 진행한 백기승 원장의 책임이 크다. 또 하나 이런 인사가 발표되도록 원장 눈치만 보면서 아무런 조언도 하지 않은 KISA 간부들의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
 
KISA 인사팀은 지난 12월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1, 2지망 근무 희망부서를 작성토록해 직원들의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또 이번 인사 원칙도 직원들과 공유한 상태다. 즉 3년차 이하 직원들은 전문성을 이어가기 위해 부서이동을 하지 않도록 하고 5년차까지는 원하는 부서가 있다면 이동, 아니면 현재 업무를 그대로 유지, 그리고 9년차는 보직이동을 하는 것으로 내부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3년차 이하 직원들의 이동도 상당수 있었고 부서의 소위 말해 후배들을 리딩하고 교육시켜야 하는 ‘키 맨’들까지 전혀 연계성이 없는 부서에 배치되는 등, KISA가 직원들을 스페셜리스트로 키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가뜩이나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침해사고 대응과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에 국내외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원칙과 전문성, 업무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특히 사이버침해사고가 증가하면서 KISA 직원들의 역량에 대한 대외적인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KISA 직원들은 공무원처럼 단순히 연차가 됐으니 순환보직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스페셜한 전문가로 키우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KISA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인사 최종 결정권자는 원장이지만 인사단행 전에 간부들과 충분히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간부들은 팀장 및 직원들과 면담을 통해 하부조직의 특성과 부서별로 후배들을 교육하고 리딩할 수 있는 5년차 이상 직원들에 대한 배치,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희망부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인사를 해야 한다. 단순히 연차별로 보직을 이동시키는 것은 KISA의 전문성 강화에 오히려 해가 된다”며 “정보보호 업무는 히스토리를 알아야 한다. 1~2년 배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민감한 사이버침해사고 분석도 1~2년차 직원들은 할 수 없다. 5년 이상 선배들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같이 현장에 나가 현장 경험 몇 년을 쌓아도 어려운 업무다.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면 경찰이나 검찰, 국정원 직원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내부 사정들을 속속들이 알고 난 후 인사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ISA에 입사해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KISA에 계속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부심도 크고 애사심도 강하다”며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시키는 것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 그만하라는 통보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실제로 업무 적응이 안되고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퇴사하는 직원들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나주이전 문제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크게 작용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인사이동이 돼 버리면 직원들의 동요가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ISA 간부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백기승 원장이 직접 말단 직원들의 부서까지 배치를 한 것으로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간부들은 정보보호 업무의 특성을 원장에게 조언하고 희망부서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원장에게 조언을 했어야 한다. 간부들이 몸을 사리고 조언을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KISA가 갖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직원 이탈 문제다. 기업들의 CISO 및 보안전문인력 충원이 증가하면서 더 좋은 근무 조건을 찾아 KISA 내부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나주이전 문제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향후 KISA 인력들의 이탈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마당에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나 업무 연계성,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인사단행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KISA 원장 및 간부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사가 결정됐으니 조용히 일이나 하라는 식으로 넘어가기 보다는 이번 인사단행에 대한 원장의 의중을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부서 간부들은 직원들을 다독이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문제가 심각한 부서는 재배치 작업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KISA의 진정한 역량은 직원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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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큐 길민권 기자 mkgil@dailysec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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