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끼어들기를 해서 사고를 유발하는 이른바 ‘비접촉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차량이 직접 부딪히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차량의 사고발생에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과실이 인정된다면 도로교통법상 구호 및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데, 사고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다면 일반적인 뺑소니처벌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택시운전기사 A씨는 편도 2차선 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1차로로 진로를 변경하였고 당시 1차로를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A씨를 피하려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전치 6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었지만 A씨는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이에 경찰은 A씨를 뺑소니 혐의로 기소하였고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준법운전 강의 수강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퇴근을 하기 위해 밤길 운전을 하던 B씨도 무단으로 차선을 변경했다가 뒤따르던 승용차 운전자의 사고를 유발했다. 다른 차량 운전자들이 멈춰 서서 구호조치를 하는 동안 B씨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가버렸고 결국 경찰은 사흘 뒤 B씨를 체포하여 법정에 세웠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YK법률사무소 교통형사센터 소속 김범한 형사전문변호사는 “비접촉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사고 후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차량을 세우고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과실이 인정되면 뺑소니처벌을 받게 되며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거나 사망하였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더욱 가중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고 피해자가 상해에 이르렀다면 특가법이 적용되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벌금형 없이 곧바로 5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김범한 형사전문변호사는 “만일 교통법규를 전혀 위반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다만 CCTV나 블랙박스 등 객관적인 자료와 개인의 증언이 엇갈린다면 그만큼 법적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여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