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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⑩] 윤광택 시만텍코리아 이사 “Slowly but Sur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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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⑩] 윤광택 시만텍코리아 이사 “Slowly but Surely”
  • 길민권
  • 승인 2014.08.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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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취중진담 열번째다. 이번 회와 다음 회는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하는 보안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시만텍은 글로벌 1위 보안기업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보안전문가로 살아간다는 것.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올해 7월 말이면 시만텍코리아에 근무한지 만 10년이 되는 윤광택 이사(사진)를 만났다. 각종 보안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한 발표로 우리와 친숙하다. 또 보안 이슈가 발생하면 기자들에게 가장 많은 취재 요청을 받는 보안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를 시만텍코리아가 위치한 역삼역 근처에서 만나 참치회에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가 어떻게 보안에 오리엔트된 ‘보안쟁이’가 됐을까. 그의 사회 첫발은 한라건설 해외영업부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3년을 근무하다 엔지니어로 전향한 윤광택 이사.
 
-한라건설이면 대기업인데 엔지니어로 전향한 이유가 있을까요?
96년 IMF를 겪으면서 일반적인 제네럴리스트로는 힘들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겠다는 결심을 했죠. IMF때 상황을 보면, 능력없는 사람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능력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 회사를 떠나더라구요. 능력없는 사람만 회사에 남아 명퇴 고지서를 받을 때까지 눌러 앉아 있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위기감을 느끼고 스페셜리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당시 관심있게 공부하고 있었던 컴퓨터 분야로 전향을 결심했죠.
 
-스페셜리스트로 시작은 어디서 하셨어요?
데이타게이트 인터내셔널에 입사하게 됐고 그때부터 보안사업부에 일하게 됐죠. 보안분야는 처음이었죠. 당시 임원들도 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하려고 하느냐 잘 생각하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한번 분야를 바꾸면 다시는 그쪽으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그래도 확고한 신념을 말하고 그때부터 엔지니어의 삶을 살게 됐어요.
 
영어는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도움이 됐죠. 당시 보안관련 교육센터가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보안원서나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 관련 문서들을 탐독하면서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배워나갔고 서점에서 기본적인 해킹과 보안 관련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어요. 보안 분야는 배우면 배울수록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IT보안 분야를 천직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구요.
 
-시만텍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은 거에요?
당시 데이타게이트에서 액센트테크놀로지의 엔터프라이즈 보안 제품을 딜리버리했어요. 제가 그 분야 엔지니어로 일했구요. 얼마뒤 시만텍 본사가 액센트테크놀로지를 인수하게 되죠. 그러면서 시만텍이 엔터프라이즈 보안시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구요. 그때 시만텍코리아와 인연이 돼 입사하게 됐어요. 벌써 만 10년이 됐네요.
 
-외국계 회사 생활은 어때요?
시만텍코리아로 옮긴 것은 단순히 외국계 회사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니에요. 엔지니어로서 갈증이 많았어요. 학구적인 궁금증이었죠. 시만텍에서 그 갈증이 많이 해소됐어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새로운 제품들을 공부하고 또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면 다시 배우고 글로벌 회사라 배울 점이 너무 많았어요. 당시 제 취미는 매뉴얼 읽는 것이었어요. 그 정도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들의 의사결정 절차, 마케팅 능력, 플랜을 짜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국내 회사와 외국계 회사 생활은 큰 차이가 없어요. 어디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거죠.
 
-만 10년이 됐는데 외국계 기업에서 롱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에요. 성실한 사람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미국 본사와 아태지역 외국인 친구들과 신뢰관계가 형성되니 제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요. 저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들 말에 집중하고 들어주고 하다보니 그들도 저를 신뢰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신뢰관계 구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것 중요해요. 그리고 업무 시간에 집중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구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은 아주 빠르고 민첩한 것이 장점이죠. 제품도 빨리 만들고 고객들의 커스터마이징 요구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단점이 되기도 해요. 글로벌 기업들은 좀 다르더라구요. 그들은 ‘Slowly but Surely’에요.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다는 거죠. 고객들의 요청에 느리게 반응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들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움직여요. 당장 내일 기능 추가는 안되지만 그들의 계획에 맞춰 완성된 모습을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힘이 있어요. 좀 느리지만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죠. 그렇게 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거죠.
 
-국내 보안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슷한 맥락일까요?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현지인들 처럼 생각하고 플랜을 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장에 맞는 마케팅 스타일, 그 시장에 맞는 메시지가 필요해요. 한국 시장에서 한 것과 비슷한 전략으로는 안통하죠. 그래서 현지인을 적극 활용해야 해요. 그 시장에 맞는 문화코드로 마케팅을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만텍도 한국에 맞는 메시지로 로컬화해서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요. 또 그 근저에는 당연히 기술력이 베이스로 깔려야죠. 최고의 기술력을 베이스로 현지화 마케팅이 접목돼야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골프와 비슷해요. 남자들은 300야드까지 멀리 보내는 것을 처음에 로망으로 생각하다가 좀 지나면 거리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한번에 멀리 가려고 하기 보다는 제대로 방향성을 잡고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했으면 해요. 우리나라 기업들 기술력이 좋아 언젠가는 잘 될거라 생각해요.
 
-보안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요. 외국계 코리아 지사 직원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해요. 그래서 영어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채용시 인터뷰 해보면 영어를 아주 잘하는 해외에 살다 온 사람이라고 채용되진 않아요. 영어는 하나의 툴일 뿐이에요. 영어는 Success가 아니라 Success Tool일 뿐이에요. 영어가 약하다고 외국계 기업 도전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죠. 기본적인 언어능력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어요.
 
다만 외국계는 경력직을 선호해요. 실적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입을 뽑아 키울 수 있는 여유는 없는 것 같아요.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경력자를 주로 채용하죠. 도전해 볼만해요.
 
-계속되는 보안사고를 보면서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예전에는 위협을 막고 차단하는데 집중했죠. 하지만 요즘 공격자들은 조직과 자본을 가지고 규모있는 공격을 해요. 기술도 상당하구요. 그래서 침입을 당할 수밖에 없어요. 해킹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이제는 그 이후가 문제죠. 공격은 당했지만 이를 얼마나 빨리 탐지하고 사후대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피해를 최소화시키느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탐지와 대응의 이슈로 바뀐거죠. 글로벌 트렌드도 이렇게 바뀌고 있어요. 우리도 침입이 발생한 이후 어떻게 탐지하고 대응할지에 집중해야 해요.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죠. 탐지와 대응역량을 키워야 해요. 기존 관제로는 APT 공격을 탐지할 수 없어요. 새로운 시각으로 공격을 바라볼 시점이 온 거죠.
 
-국내 제품과 글로벌 제품 비교해봤을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원천 기술력이 차이가 나요. 우리나라도 실력있는 전문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들이 기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해요. 미국은 기술력있는 작은 기업을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있는 큰 회사가 M&A해요. 그래서 더 큰 자본을 투자해 원천기술을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어내고 이를 가지고 세계시장에 확대해 나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M&A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기술력 있는 작은 회사 제품을 큰 기업에서 인수해 더 크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작은 기업을 죽이는 상황이죠. 그러니 기술력있는 분들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인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이죠.
 
또 커스터마이징이 너무 일반화돼 있어요. 해외 글로벌 제품들은 절대 커스터마이징 해 주지 않아요. 커스터마이징 해주면 거기서 끝나버려요. 글로벌 제품들은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면 API로만 제공하고 고객이 알아서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이죠. 절대 제품 자체를 뜯어 고치진 않아요. 커스터마이징이 만연해 있으니 제품 발전이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1.0에서 2.0, 3.0으로 계속 발전해 가야 하는데 커스터마이징 해버리면 끝나는거죠. 영업 이슈 때문에 갑이 원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은 이해 되지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에요. 기술 발전을 발목 잡는 큰 부분이죠. 글로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축구에서는 박지성, 야구에서는 박찬호, 골프에서는 박세리가 있는 것 처럼 선구자적인 기업이 물꼬만 터주면 우리나라 보안 제품도 세계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한 기술력과 인적 잠재력이 있으니까요.
 
-윤광택 이사님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고 마치죠.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 5년 뒤든, 10년 뒤든 엔지니어 마인드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급변하는 기술적 IT트렌드만을 따라가기 보다는 보다 큰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래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고 싶어요. 어디에 소속되든 넓은 시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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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큐 길민권 기자 mkgil@dailysec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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