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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유죄판결, 취업제한 범위 생각보다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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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유죄판결, 취업제한 범위 생각보다 넓어
  • 우진영 기자
  • 승인 2018.12.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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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처분’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라는 용어는 많이 접할 수 있고, 실제로 전자발찌를 찬 연예인도 있었기 때문에 익숙할 것이다. 이 전자발찌는 특정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으로서, 성범죄 등의 재범 방지를 위한 보안처분의 일종이다.

이미 범한 범죄에 대한 대가로 내려지는 것이 형벌이고, 장래 그러한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형벌에 보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보안처분이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통계적으로 다른 형사범죄에 비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되며, 이 때문에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다양한 종류의 보안처분이 내려진다.

실제로 보안처분은 형벌보다 당사자에게 오히려 더욱 가혹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보호관찰소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부터, 최장 30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신상정보 등록이나 신상정보공개 및 고지, 그리고 ‘전자발찌’의 부착명령 등은 행위자에게 장기간에 걸친 의무를 부여하고 활동 등에 제약을 가하게 되므로 자유형 이상의 부담을 지우게 된다.

보안처분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소위 ‘아청법’이 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등 처분이다. 아청법에 따르면 법원은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판결로 일정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을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취업제한 등 처분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취업제한의 대상 기관은 단순히 아동·청소년 관련시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제한되는 ‘취업’의 형태도 매우 폭넓다.

우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는 당연히 포함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최근 아청법 개정으로 성인에 대한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대학교 등도 대상기관에 해당하여 취업이 제한되었다. 나아가 학원 등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기관도 취업제한 영역에 포함되는데, 가정방문 등의 형태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학생상담 지원시설 등도 이에 추가되었다.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 및 경비업체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제한되며, 아동·청소년의 이용이 가능한 체육시설이나 공공시설에 취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인으로서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것도 제한된다. 연예인 기획사처럼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훈련 등을 하는 곳에도 취업이 제한된다. 청소년의 고용이나 출입이 가능한 오락실, PC방, 노래연습장의 운영이나 취업도 제한된다.

이처럼 취업제한 등 처분을 받게 되면 사실상 아동·청소년과 어떤 식으로든 접촉 및 교류가 가능한 모든 시설에 대한 취업이 제한되는 것인데, 그 제한되는 취업의 형태도 ‘취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당 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도 없으며, 대가 없이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것 자체도 금지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취업제한 등 처분의 범위는 매우 넓기 때문에 취업제한 등 처분이 내려질 경우 당사자는 상당한 충격에 빠지게 되고, 평소 대상기관에서 일을 해 왔던 사람들은 당장 생계에 큰 위협이 된다. 때문에 취업제한 등 처분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위와 같은 시설에 취업하고자 할 때는 성범죄 경력조회를 거쳐야 하므로, 전과가 있다면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앞으로는 조회절차도 간소화되어 인터넷 범죄경력조회시스템으로 해당 전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취업제한 등 처분 위반에 대한 점검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를 위반한 경우 시설이 폐쇄되거나 해당 기관에서 해임될 수도 있다. 이러한 취업제한 등 처분으로 막대한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취업제한 처분이 선고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주장 및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