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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KT집단소송 비용, 정보보호 예산으로 돌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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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KT집단소송 비용, 정보보호 예산으로 돌린다면...
  • 길민권
  • 승인 2012.08.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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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집단소송으로 인한 소모적비용…뭔가 건설적 방향 모색 필요
KT의 8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집단소송에 3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평강이 공익변론을 주장하며 100원으로 집단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혀 더 많은 정보유출 피해자들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여러 대형 정보유출 사고 변론에 직접 참여한 모 로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집단소송, 최종승자는 대형로펌뿐=그는 “2008년 이후 정보유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기업이나 소송에 참여한 개인들에게 소모적인 상황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익을 보는 쪽은 대형로펌뿐”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대형로펌이 국내 정보보호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집단소송을 통해 잘못한 기업이 정보유출로 인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대형로펌들의 활약으로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업은 집단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대형로펌과 계약을 한다. 이때 소모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보통 팀별로 계약을 하고 팀당 변호사와 전문위원 인원별로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도 시간당 계산된다. 대략 시간당 20만원~50만원 정도가 책정된다”며 “만약 6명 정도가 소송준비를 하게 되고 대략 3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이 대형로펌에 주는 돈은 어마어마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즉 집단소송에 따른 개인 변호사나 소규모 법률사무소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피고측 기업이 대형로펌에 바치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평강이 공익변론을 주장하며 변론비 100원을 내세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부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평강 법무법인에 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평강 법무법인은 변론비로 수익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당분간 매스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법무법인의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집단소송으로 개인이 얻는 이득은?=그럼 집단소송에 참여한 개인들은 어떤 이득을 보는 것일까. 집단소송에 참여해 지금까지 이득을 본 개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킹에 의한 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측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판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여전히 해킹기술의 발전에 비해 보안기술이 해킹기술을 못 따라 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실제로 피해가 존재해야 하며 과실과 피해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를 입증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원고측이 스팸이 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해당 정보유출에 의한 피해인지 증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또 “경험도 별로 없고 전문가도 부족한 작은 법무법인이 대형로펌을 정보유출 소송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특히 이전 판례가 있다면 모를까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는 디스커버리 절차를 거쳐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공개된 자료를 가지고 원고와 피고측 변호인이 공방을 펼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제도가 아니다. 당연히 기업을 변호하는 대형로펌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집단소송측은 불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단소송 원고측 변호인이 해당사건에 대해 소장을 작성해야 할텐데 피고가 무엇을 정확히 잘못했고 왜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이때 대부분 언론에 나온 기사를 근거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잘못된 기사를 근거로 소장을 작성하는 경우도 봤다”며 “이것이 피고측의 주장으로 잘못이라고 입증되면 원고측은 재판부로부터 신뢰를 잃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럼 초반부터 전세를 뒤집기는 힘들게 된다. 법원에서도 최근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많이 다뤘기 때문에 판사들도 기술적 이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초보적인 실수는 소송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번 KT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 집단소송에서도 법조계에서 원고측 승리를 예상하기 힘들다고 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소송은 의지만 가지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유출 사고 소송경험과 폭넓은 정보력, 전문가 집단과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쪽이 승산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집단소송 원고측 변호 드림팀이 맞는다면=그는 “만약 집단소송 원고측에 국내 드림팀(?)이 변호를 맞게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보유출 소송과 관련된 많은 소송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과 전문인력이 집중 투입돼서 대형로펌과 진검승부를 펼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소규모 법무법인이 대형로펌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그는 “집단소송이 너무 빨리 시작되는 감이 있다. 아직 과도기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KT건은 아직 형사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인데도 민사적 집단소송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형사에서 판결이 난 다음에 민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형사판결이 민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가 없이는 집단소송 원고측이 승리하기란 힘들다. 지금처럼 조급하게 해서는 더욱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모적인 소송비용…기업 정보보호 투자로 돌렸으면=기자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런 집단소송이 과연 기업의 정보보호 수준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집단소송은 이겨서 돈을 벌겠다는 것 보다는 기업이 잘못한 것에 대한 징벌적 요소가 크다. 하지만 기업은 이미 고객이탈과 매출감소, 브랜드 이미지 타격, 막대한 소송비용 등을 지출하고 있다. 또 법규 위반 사실이 밝혀질 경우 관련기관의 처벌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집단소송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당 기업이 좀더 정보보호를 잘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 과연 집단소송이라는 방법뿐일까.  
 
그는 이에 대해 “뭔가 다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이라면 기업과 개인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기업이 소송비용으로 사용하는 정도의 금액을 향후 정보보호를 위해 사용하게 한다든지 혹은 과실의 기준을 두고 과실와 정보유출 양 그리고 기업의 규모에 따라 매년예산에 일정금액을 무조건 정보보호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든지 좀더 건설적인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너무 소모적이다”라고 말했다.
 
정보유출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정보와 돈이 연결돼 있는 한. 그렇다면 지금처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집단소송으로 사회적 소모비용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그많은 사회적 비용들이 기업이나 사회의 정보보호 발전에 재투자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시큐 길민권 기자 mkgil@dailysec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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