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2:10 (목)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할 때 유의할 점
상태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할 때 유의할 점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3.02.27 14: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전직금지약정은 직원(피사용자)이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경쟁사나 동종업체로 이직하면 안되며, 더 나아가 경쟁회사도 설립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가하는 양자간의 약속이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커리어를 이어갈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 생각될 수 있다.

사실 전직금지약정을 요구하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자사의 영업비밀을 취급하던 직원이 곧바로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자사의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바로 전직금지약정인 것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놓고 다툼이 잦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전직금지기간이 너무 길거나, 동종업계의 범위가 너무 넓은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형태의 전직금지약정은 퇴사한 직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근거로 법원에서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직금지약정 효력의 판단기준

대법원이 판시한 전직금지약정의 효력 판단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 판결).

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책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2.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3.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2번 설시 항목이다.

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이미 공개돼 있는 정보이거나 해당 업종에 종사하면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인 경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회사가 그 정보를 보유하는 데 어떠한 물적·인적 노력과 관리를 기울였는지, 이미 시장에 통용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경쟁사와 구별되는 특별한 영업적 가치가 가미된 정보인지 여부도 중요하며,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보호가치 있는 이익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퇴직 경위와 관련해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도 효력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나.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퇴직경우 -> 퇴사한 직원이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직책/직위에 있었는지, 혹은 근속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따지게 된다. 오래 근속하거나 퇴사 직전에 상급 직책에 있는 자가 사용자의 중요한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약정의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 지역 및 대상 직종 -> 경업금지 약정의 제한기간이 장기간일수록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므로 경업금지 약정에서 장기간의 제한기간을 정하더라도 이것이 지나치게 장기간일 경우 경업금지 약정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판례는 과거에는 2년 정도면 유효하다고 판단된 케이스도 많았으나, 최근의 판례의 추세에 따른다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정보의 존재가 확실하지 않다면 1년 정도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라.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 일반적인 보수 외에 전직금지약정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대가를 제공했는지가 주요 판단요소가 된다. 판례는 회사가 직원에게 매월 일정금액의 보안수당과 개발수당을 지급한 경우 효력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가 있다. 실무상 퇴사 직전에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면서 계약서 내에 소정의 대가를 지급하는 조항도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다.

앞서 살펴본 내용으로 판단했을 때 전직금지약정에는 적절한 금지기간의 설정, 전직금지 업종의 특정, 영업비밀의 특정, 전직금지약정 위반 시 벌칙(구체적인 금액)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외에도 회사의 핵심정보를 취급하는 인력의 경우 취업규칙 등을 통해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좋겠다. 전직금지 약정 자체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직원이 전직금지약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일정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법원에서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직금지약정은 회사, 업종의 특성에 따라 기재돼야 할 내용이 다르므로 전직금지약정서, 보안서약서 등의 양식을 만들기 전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