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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 경찰관은 왜 순직경찰로 등록받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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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 경찰관은 왜 순직경찰로 등록받지 못했을까?
  • 길민권 기자
  • 승인 2020.1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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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청, 공무 중 사고로 바로 사망해야만 국가유공자(순직군경)로 등록 가능하다는 입장
신상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
신상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

‘사고 직후 사망’한 사람의 유족과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로 수년간 병상에 누워있다가 사망’한 사람의 유족 중에 누가 더 고통스럽고 슬플까?

전자는 바로 내 곁을 떠난 것이니 그나마 회생의 가능성이 있는 후자가 더 낫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혹은 어쨌든 사망한 것은 둘 다 동일하니 수년간 병상에서 뒷바라지 하는 고생이 생기는 후자가 더 고통스럽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최근 필자에게 이러한 고민을 갖게 해준 상담 사례가 있었다. 의뢰인은 교통경찰로 공무를 수행하다가 도로에서 교통정리 중 지나가던 차에 치어 결국 사망하게 된 고인의 유족이었다. 그런데 고인은 사고로 인해 바로 사망한 것이 아니었다. 고인은 사고 직후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서 약 6년 간 병상에 누워 있다가 깨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누구나 고인이 당연히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고인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 한다)에 따라 ‘공상군경(公傷軍警)’으로는 등록되었다. 국가공무원은 치료 등을 이유로 최대 3년까지 휴직을 쓸 수 있고 그 이후에는 퇴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고인도 사고 직후 3년이 지난 상태에서 퇴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고, 그 후 유족의 국가유공자 등록신청 당시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사망한 자로 판명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 처리 이후 약 3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고인은 최종 사망하게 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도 계속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들과 대화는 물론 아무런 행동이나 일상생활도 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고인의 사망 이후 유족은 ‘경찰공무원으로서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인 ‘순직군경(殉職軍警)’으로 등록을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지방보훈청은 고인이 상이를 입고 퇴직한 후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순직군경’으로 등록해 줄 수는 없다는 통지서를 유족에게 보내왔다.

위 사례를 듣자마자 필자는 ‘고인이 본인이 원해서 퇴직을 하셨나. 원치 않는 퇴직 후 일생생활을 조금이라도 하셨나. 유족들과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 보았을까. 유족들 입장에서는 사고로 바로 사망한 것과 뭐가 다른 상황인가. 오히려 6년간의 병상 뒷바라지로 더 큰 고통을 받았을 텐데 이렇게 예우해도 되는 것인가’ 등의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이러한 감정적 생각을 최대한 누른 채, 법조인의 관점에서 국가유공자법의 입법목적, ‘순직군경’의 개념에 관한 법률해석 등을 고민해 보았는데, 역시나 보훈청이 순직군경 변경등록신청을 거부한 것은 법적으로도 매우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는 2016년경부터 국가유공자 등록 관련 소송이나 등록신청 지원, 자문 등의 업무를 현재까지 다수 담당하여 진행해 오고 있다. 필자를 국가유공자 업무에 처음 입문하게 된 사건은 세월호 사고에서 학생들을 구하다가 순직한 안산 단원고 교사들 사건이었다. 보훈청은 이들이 군인 또는 경찰의 신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순직군경’으로 등록해 주지 않았지만, 법원은 그러한 보훈청의 등록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소송을 수행하면서 필자가 느꼈던 생각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등을 충실히 예우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보훈처가 반대로 가능하면 등록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아무나 국가유공자로 등록해줄 수는 없고 국가재정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는 본인 또는 그 유족의 마음이 아프게 보수적이고 형식적인 해석을 일관하는 국가보훈처의 행정실무가 아쉽긴 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경찰공무원 사례는 현재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다. 꼭 필자가 유족을 대리하는 입장이라서 그러한 것은 아니나, 최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이 나오기를 바라며 충실히 소송을 수행할 생각이다. 일반 평균 국민의 상식에 입각한 국가유공자 등록 실무의 정착을 바라며, 오늘도 변호사로서 소임을 다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글. 법무법인 태림 신상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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