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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금융보안 칼럼⑪] 방랑의 길 아니면 혁신의 길...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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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금융보안 칼럼⑪] 방랑의 길 아니면 혁신의 길...우리의 선택은
  • 길민권 기자
  • 승인 2018.11.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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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You are all a lost generation“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 서문에 “당신들은 모두 잃어버린 세대의 사람들입니다”라고 인용한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젊은이들의 메마른 허무감과 절망적 쾌락은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그 시절 상실세대의 허무주의와 결코 허무적이지 않았던 예술파 청년을 투영한 소설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인 번영을 맞이한 미국은 기술 산업의 발전과 자동차 보급 확산으로 물질주의가 만연해진다. 이에 지식인들은 획일적인 체제와 사회적 통념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과 금욕주의적 윤리와 청교도적 가치관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나에겐 꿈이 없었어’

1997년 외환위기를 앞두고 충무로에서는 영화 한편이 개봉된다.

박동하는 젊음의 또 다른 이름, ‘비트’는 위태위태한 스무살의 나날들과 청춘의 일탈을 암울하게 그려낸다. 방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오렌지족과 X세대들의 영화는 다시 봐도 늘 슬프기만 하다.

수년전 개봉한 ‘킬유어달링(Kill Your Darlings)’은 당시 사회의 형식적인 틀과 관습을 버리고 궤도이탈을 자처했던 청년들을 지칭하는 비트세대를 다룬 영화이다. 비트세대의 상징이었던 저항과 성 정체성 그리고 재즈 음률을 잘 버무린 품격 높은 예술영화이자 흥미 진지한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1920년대 대공항 시절 기성세대와 주류의 가치관을 거부했던 상실세대(Lost Generation)에 태어나 2차 대전을 체험한 세대이지만 전후 풍요로운 삶에 안주하지 못해 기성세대로부터 냉랭한 대접(beating)을 받아야 했던 비트세대(Beat Generation)는 대부분 문학도와 예술가들이었다.

비트세대는 두 가지 유형이다. 힙스터(Hipsters)로서 혁신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 또 다른 하나는 비트닉(Beatniks)으로서 방랑자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기성 문화를 떠나 자유를 갈망하는 시를 노래하고, 감미로운 리듬에 맞추어 영혼을 맡기고, 동양의 종교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문화혁명을 꿈꾸며 인간정신에 대한 신뢰를 존중했던 사람들이었다.

비트족들은 초창기 뉴욕 맨하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활동하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올리언스로 옮겨 다녔다. 그들은 기성 사회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벗어나 스스로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했다. 이때부터 자기의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엄청난 추진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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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비트세대들이 사용했던 결제수단이나 화폐는 아니다. 개인의 자산을 금융기관이나 중개기관에게 예탁하고 승인거래가 필요했던 금융 관행을 P2P 전자거래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저항과 혁신을 탑재한 화폐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하루가 다르게 바깥세상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 시절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울트라 슈퍼은행도 더 이상 믿을 곳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주었다. 더구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정책인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 마저 정치경제의 난맥상과 유동성의 함정에 빠져들기 충분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고용시장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45조원씩 투입하여 민간 채권과 주식 그리고 국채와 외환을 사들였다. 가계의 소비 지출 증가와 기업의 신규투자 확대를 유도하여 경제성장과 고용률 상승을 끌어올린다는 그들의 주장과 가정은 얼마나 무책임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기업은 저금리 여건에서 현상유지에만 몰두해 신규 인력채용과 투자는 소홀히 한 반면 자본을 조달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장기불황과 매출 하락으로 줄지어 도산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실업급여로는 장기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올해 11월은 유럽 강국들이 1차 세계대전 종전에 서명한지 100주년이 되는 시점이다. 콧대 높고 자존심 센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이해타산을 위해 유럽연합(EU)이라는 공동살림체로 뭉쳤다. 1991년 12개국으로 시작한 유럽연합은 현재 28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늘어나면서 경제적 편차가 심해지고 지출이 커져서 한 지붕을 유지하기엔 어려움이 산적하다. 그럼에도 유럽안보방위정책으로 공유보안을 실현하고 세금도 통일하고 시민권제도를 도입해나가면서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고 있다.

또한 다세대 세입자들의 지갑을 통일하기 위해 단일 화폐인 ‘유로(EURO)’를 만들었다. 2002년부터 사용된 유로는 국경 없는 거래를 통해 단일통화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유럽 곳곳에서 탈퇴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 선거를 앞두고 극우정당들이 ‘EU탈퇴’와 ‘난민수용 거부’를 대다수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속적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로 인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잇따른 무차별 테러로 인해 난민과 이민자의 유입 정책은 역풍을 맞고 있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변수들이 늘어나고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단일 통화인 유로화의 가치는 견고하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와 도시 중심으로 유로화 대신 암호화폐 거래와 지급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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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호수변에 위치한 조그만 어업도시 주크는 유로화 대신 비트코인을 공식화폐로 인정하고 소액결제와 공공 수수료 지급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유로화라는 법정화폐 자리를 디지털 암호화폐가 차지하면서 블록체인 친화적인 성지가 되었다. 주크의 눈부신 성장 배경은 단지 법인세 인하나 크립토밸리 정책이나 네거티브형 규제만이 아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대하는 공무원들의 열정이다. 은행들도 법정화폐와 비트코인을 교환 예치하는 대신 확고한 보안장치와 안전한 보증체계를 제공해주고 있다. 일선 공무원의 개방적인 자세와 지자체의 몸을 사리지 않는 기술혁신 수용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암호화폐 강국으로 우뚝 섰다. 또 다른 블록체인 친화적인 마을인 몰타와 지브롤터 모두 유럽에 위치한 소규모 자치 국가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금융기관이나 중개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화폐 이동을 증명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 많은 산업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최초로 채굴된 시점인 2009년 1월 이후 지금까지 1800만개 정도 비트코인이 채굴되어 거래되고 있다. 2010년에는 마운틴곡스(MtGox)사이트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처음 시작되었다. 2011년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결제대행서비스도 등장하고 2013년 미국의 IT개발자가 올린 백서에 비트코인 투자를 유치한 최초의 디지털자산공개(ICO)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투기의 이미지가 강한 비트코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을 경유하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으로 인한 불법 자금세탁과 무기밀매와 범죄조직의 암거래 온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각국의 금융, 경제학자들은 물론 IT리더들도 비트코인을 사기, 버블, 재앙이라고 언급한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무언가 세상에 처음 등장할 때 비웃음과 차별은 늘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 중대한 변화에는 항상 시간과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음악의 신세계를 열었던 리버풀의 딱정벌레 'Beatles’와 최초의 락밴드 뮤직비디오 ‘보헤미안랩소디’의 ‘Queen'도 데뷔시절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러한 쓰디쓴 고통들은 빛을 못보고 오리무중이 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지록위마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고진감래가 된다.

그럼에도 2017년 12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시작으로 비트코인은 정식으로 거래되었다. 금과 동일한 상품자산으로 취급되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증권거래 상품으로 편입되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비트코인 선물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도 연내에 개장하여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할 계획이다.

이제 비트코인은 비트세대의 양면성인 히피의 부랑자로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혁명가의 길을 순례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이왕이면 자유분방한 비트닉 음악의 불규칙한 리듬처럼 고정된 틀을 탈피하기를 바란다. 비트닉 뮤지션들의 실험적 음악과 파격은 지나고 보면 결코 이단은 아니었다. 설령 방랑자의 길을 걷고 사회부적응자로 남는다 해도 그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해방은 우리들에게 언제나 탈중앙화된 자연인으로의 회귀를 안겨준다.

비트세대 비트닉에 영향받은 보헤미아니즘(Bohemianism)은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의 멸시에도 자유로운 집시 코드이다. 때론 무정부주의적이고 반사회적 성향이지만 때론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로 치닫는 세상에 대한 랩소디이다. 기축통화(국제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 또는 국제결재의 중심이 되는 통화)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에 얽매인 개인의 자산 이동을 제도권 규정에서 탈피하기까지는 더 많은 DIY(Do it yourself)가 필요할지 모른다. 공적 기관이 아닌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스템을 스스로 제작하고 조립하면서 가성비 높은 상품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프레디 머큐리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첫 구절은 난관에 갇힌 채 현실로부터 빠져 나갈 곳이 없는 영혼을 울리고 있다.

투명한 가치의 분산, 집단지성의 공정한 분배와 보상을 연결해주는 블록체인의 심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비트(Beat) 되어야 할 이유이다.

▲ 필자, 김정혁 링카코리아 대표.
▲ 필자, 김정혁 링카코리아 대표.
※필자. 김정혁 데일리시큐 금융전문 객원기자
現 링카코리아 대표,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블록체인 전문위원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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