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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던 이순신의 유언, 법적 효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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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던 이순신의 유언, 법적 효력이 있을까?
  • 우진영 기자
  • 승인 2018.12.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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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철 변호사 (사진제공=법률사무소 직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유언은 바로 충무공 이순신의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일 것이다. 적들에게는 수장의 죽음을 알리지 않음으로 해서 사기를 떨어트리고 아군에게는 사기를 진작한다는 의미가 담긴 이순신의 마지막 유언. 그런데 이 유언이 과연 가족들에게도 즐거운 일일까? 조선시대야 자연스럽게 장자 상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탈이 없겠지만 지금의 시대에 이른다면 ‘상속’문제에 있어 법적 분쟁의 소지를 매우 많이 남겨 놓는 말이 된다.

최근 웰다잉을 꿈꾸는 노년층이 택하는 것은 바로 생전 유언장을 남기거나 혹은 노후자금으로 쓰다 남은 돈을 기부하는 것이다. 상속과 기부는 크나큰 차이가 있지만 법적 분쟁의 소지를 줄여준다는 것에서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어찌됐든 유언장을 쓰는 것은 그것 자체로 상속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기재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법적효력의 여부는 유언장에 기재된 내용, 작성한 방법 등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언장의 법적 효력 여부는 ‘내용’이 중요해

근래 유행한다는 스마트 유언장은 셀프 촬영을 통해 유언을 기술하는 방법이다. 현재 민법에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녹음, 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로 한정하고 있다. 이 외의 방법은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스마트 유언장은 녹음에 해당한다.

과거 연예인들이 숱하게 표방했던 영화 [편지]에서 가장 주목됐던 이야기는 바로 불치병에 걸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위한 편지를 영상으로 남겨두고 사망했다. 남자 주인공이 남긴 메시지는 그간 사랑했으며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고 내가 없더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유언장으로서의 법적 효력이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없다’

실제 법에서 인정하는 녹음 유언장은 단순히 영상만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성명, 유언을 남긴 날짜 등 유언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남자 주인공은 “저는 ooo입니다. 20##년 ##월 ##일 ##시 ##분 유언을 남기겠습니다.”는 내용을 먼저 말했어야 한다. 또한 유언의 취지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이에 대해 윤한철 변호사는 “유언은 언제라도 변화할 수 있고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법은 유언에 대해 엄격함을 요구한다. 하나라도 요건에 맞지 않으면 유언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유언장이 공표 되었어도 이러한 점을 들어 유언장에 관한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 판례 중에는 유언장에 구체적인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아 유언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유언장을 작성할 때에는 신중하고 엄격한 요건을 다 갖춰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내용 있어도 ‘공증’할 증인이 없으면 무효

충무공 이순신은 아군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곁에 있던 병사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던 병사는 과연 공증할 수 있는 증인이 될 수 있을까?

유언장을 작성하는 데 있어 증인의 역할은 매우 크다. 증인은 ‘유언장’이 망인의 의사를 밝히고 있음을 증명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법은 미성년자나 배우자, 직계혈족, 유언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 피성년, 피한정 후견인 등 다양한 증인 결격사유를 두고 있다. 유언으로 아무런 이득을 보지 않아도 적합하지 않으면 증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해당 유언은 무효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언장의 객관적인 공증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윤한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직지)는 “제대로 된 증인이 없다면 아무리 공을 들여 작성한 유언장이라고 하더라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효력을 갖춘 공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다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공증이라고 해서 자칫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상속할 재산의 증빙서류, 신분증 그 외 필요 서류 등을 가지고 자신의 유언을 입증해줄만한 증인 2명 이상과 함께 공증 사무실 또는 공증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다.”고 설명하며 “현행법은 유언공증에 대해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유언을 집행할 수 있는 효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유언장에 대한 분쟁의 소지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한철 변호사는 충북 청주에서 법률사무소 직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교육청 및 청주시 고문변호사를 겸하고 있다. 상속 소송은 물론 가사소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송 분야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언장뿐만 아니라 상속의 문제는 법적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주요 소송분야다. 그만큼 분쟁의 여지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해당 법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리의 적용 및 해석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법적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보다 신속하고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